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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술기행48 손봉숙

즈음 2016. 4. 10. 11:06

영주미술기행48

 

공존의 미학을 추구하는 화가 손봉숙

 

 

화가 손봉숙. 이제는 그렇게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럽다. 여성운동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전력으로 지금도 의원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때가 많다. 그녀의 화가로서의 이력은 짧다. 하지만 집약된 '열정'을 통해 화가 손봉숙으로 자연스럽게 변모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화가 손봉숙을 수사하기 위한 말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시작과 동시에 화가가 되었으며, 화가의 현주소 역시 지금, 여기. 그녀의 출발이 늦은 것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그녀는 이미 준비된 마음가짐이 있었고, 실행의 순간 망설임 없이 뛰쳐나간 진취력을 보여줬다. '마당놀이'라는 새로운 쟝르의 개척자이자, 88올림픽 전야제를 연출했던 극단 미추의 손진책 대표가 친동생이니 예술가적 유전자 또한 의심할 여지가 없다. 20086,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다음날 바로 <예술의전당> 미술아카데미에 등록을 했다. 2010 ‘Fireworks 5인 그룹전’(서울 인사아트)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 그녀는 자신만의 화두를 가지고 2013년 첫 개인전(가나인사아트센터)을 개최했다. 2015년까지 다섯 번의 개인전을 개최해오면서 그녀의 화두인 '우리 사는 이야기' 시리즈는 진화를 거듭했다. 그 와중에 2014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실기전문과정까지 수료했다. 그녀는 말했다. "미술 · 글쓰기 등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마음 속 파일 중에서 미술을 택했다. 준비된 사람에겐 정년은 축복이다."

 

손봉숙 화백은 1944년 영주시 장수면에서 출생했다. 영주여고를 졸업(1962)하고, 이화여대에서 정치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1996~2002), 동티모르 유엔선거관리위원회 위원(1999) 및 위원장(2001), 한국여성정보원 원장(1996), 17대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 1) 등 행정 관료와 정치인을 두루 거쳤다. 손봉숙 화백은 국회의원 시절, 장애인들을 위한 문화예술분야 복지제도에 큰 관심을 가졌다. 보건복지부와 장애인복지진흥회 등으로 나누어져 시행되던 사업들을 문화관광부로 이관해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했다. 문화·예술이 장애인에게도 기본적 권리라는 점이 비로소 부각됐다. 그녀의 화제(畵題)가 된 '우리 사는 이야기'시리즈가 화가 이전 시절의 경험과 사유의 산물이었음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달동네 역시 도시의 한 부분이며, 공존해야 할 상대이다. 기하학적 연속무늬로 표상되는 집들이 커다란 하트 속에 채워져 있는 그림이 있다. 그것이 화가의 마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계층과 계층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허물어 공존의 미학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그녀와 글쓴이와의 첫 만남은 화가로서가 아니라 때문이었다. 2014, 미술과비평사(대표 배병호)에서 주관한 '영주를 그리다' 기획단계에서 조우를 했다. 이 행사가 추진되고 있다는 말을 시관계자로부터 들었을 때, 지역의 미술협회를 이끌고 있던 글쓴이의 입장에선 당혹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신규 예술사업을 승인받고 예산지원을 이끌어낸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 대형미술행사가 외부인에 의해 이렇듯 쉽게 성사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손화백은 이러한 지역의 사정을 잘 알지 못했을 터이고, 이 이벤트야말로 영주를 대내·외에 홍보할 수 있는 호재로만 생각하여 배대표에게 힘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김종한 화백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던 서울 전시장에서 기획자 배병호 대표와 더불어 손화백을 첫 대면했고, 손화백의 순흥 자택에서도 회동이 이어졌다. 그러나 일이라는 목적이 앞세워져 있었던 관계로 서로 미술인으로서의 어필은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지역미술인들과의 교유는 물론, 손화백의 작품세계 또한 공감을 받고 있다. 2015, 울진 향암미술관 초대전 때는 글쓴이를 비롯해 강준, 박정서, 김동진씨 등 영주미협 소속 작가들이 먼 길을 마다하고 참석해 축하해주기도 했다.

 

손화백은 프로페셔널한 작업 스케줄을 지키고 있다. 오전 10시쯤 작업실에 나와 오후 대여섯 시까지 그림을 그린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되묻는다. “스스로 만족할만한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과연 욕심일까요?”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작업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황산 0.1그람'(1톤의 물에 0.1그람의 황산을 섞으면 물 전체가 황산성분으로 변한다)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녀의 다짐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우리 사는 이야기 연작-405  2015  Acrylic on canvas  53x73cm

우리 사는 이야기 연작-408  2015  Acrylic on canvas  65x91cm


우리 사는 이야기 연작-503  2015  Acrylic on canvas  50x9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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