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되지 않는 숲 숲은 ‘어디’가 아니라 ‘어디마다’일 터다. 걸음의 곁이고, 마음의 곁이다. ‘곁’은 무의식적인 가까움이다. ‘곁’은 없거나 멀거나다. 다 마음의 숲이 무성한 탓이다. 길이 가시덤불처럼 얽혀 있는 회색 빛깔의 숲. 유채의 빛은 미로 밖에 있다. 마음은 종종 걸음을 이끌지만, 마음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숲이 정의되지 않듯이, 숲은 서술되지 않는다. 생뚱맞은 생각, 표현 욕구, 확장된 재료..... 망라한 수고로움이 숲과는 무슨 상관인가. 숲은 모방되지 않는다. 나의 서술은 무채의 마음 숲을 가리는 작업이다. 색은 기억해 낸 유채의 빛깔일 따름. 긋고, 칠하고, 뿌리고, 긁어가며 질료와 시간을 안달할 따름. 풀이 우거지면 풀숲, 나무가 울창하면 나무숲이다. 모두 유채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