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영주미술기행46 김동연

즈음 2016. 3. 25. 11:40

영주미술기행46

 

따뜻한 감성과 차가운 감각, 화가 김동연

 

 

지금은 그림만 그리고 있다는 김동연. 그가 우두커니 캔버스 앞에 앉아있다. ‘우두커니’란 한 가지 생각에 빠져 멀거니 앉아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우두커니 있을 때만이 내면이 구축되기도 하는 법. 그의 그림들이 사색에서 우러나온 기록이며, 풍경인 까닭이다. 김철옥은 80년대 중반, 동연으로부터 푸코를 소개받았다고 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책에서 마그리트를 각인했던 철옥이 아닌가. 끝순네에서 글쓴이와 둘이 술잔을 나누다가 대뜸 동연을 호출한다. 그대가 80년대에 영향을 받았던 철학자는 누구인가? 철옥은 푸코라는 대답을 기대했을지 모르나, 동연으로선 영감을 수혈 받았던 많은 철학자 중의 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풍경화는 왜 그리는가? 풍경을 그리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의 풍경은 실재의 인상이면서도 미지의 이미지가 겹쳐있다.

 

김동연은 1962년 봉화 생으로 영주고등학교를 나왔다. 당시 영주지역은 영주미술학우회(영미회)라는 고교생 단체가 지역미술의 아이콘이 되고 있던 시기기도 했다. 동연 또한 학생미술의 중심에서 활약했으며, 영남대학교에 진학하여 서양화를 전공했다. 1987년, 대구 ’갤러리 THAT’에서 데뷔전을 개최하며 차세대 구상작가로 각광받았다. ‘86년부터 그룹 ‘BEYOND’에서 활동하는 등 이미 두각을 나타내던 그였지만, 홀연히 대구무대를 떠나 직업을 선택했다. 문화일보 편집미술부 기자. 신문사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영주고 3년 선배 장홍구를 만났다. 장선배와 함께 일하며 시사만평과 일러스트레이터로 향후 10년간 근무했다. 2001년 퇴사 후 <NIMBUS 디자인>회사를 설립하여 200여권 이상의 단행본 디자인과 150여권의 책과 잡지에 일러스트를 기고했다. 2011년 가을, 글쓴이가 파주출판단지에서 전화를 했을 때, 공교롭게도 그는 하루 전날 퇴거했다는 대답과 함께 만남의 불발을 아쉬워했다. 그는 다시 화가로 되돌아가려던 중이었던 것이다.

 

2011년 초대개인전(Gallery TOPOHAUS)으로 마침내 화가로서의 포문을 열었다. 동연은 20여 년 간 경험했던 세상에 대한 사유를 모호한 상징의 현대인으로 희화해 냈다. 이른바 권태, 초조, 욕망, 우울 등 심리적 현상과 사회적 병리현상, 무의식의 세계 등을 모티브로 삼았던 것이다. 그림의 배경엔 파주출판단지 시절의 인테리어와 그림자를 배치했다. 동연의 작가적 기질은 독립된 캔버스 위에서만 구현된 것은 아니었다. 그의 휴머니스트적 기질은 그린 책과 더불어 지은 책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미시게의 약속](김영사), [넌 정말 소중해](열린책들) 등이 있다. [미시게의 약속]은 고비사막에서 만난 미시게라는 아이를 통해 황순원의 '소나기'와 같은 감동을 담아낸 동화책이다. 4년 여 동안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들을 스토리와 함께 책 속에 담았다.  [넌 정말 소중해]는 전쟁과 굶주림에 내몰린 아이들에 대한 헌사였다. 유니세프 친선대사이기도 한 배우 안성기, 미술평론가 고충환, 이두식 교수 등 저명인들이 추천사를 썼다. 책 속에 담긴 그림들은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동판화들이었다. “미술사적으로 동판화는 중세 이후 수백 년 동안 책의 삽화로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했다. 현대에 이르러 사진술의 발달과 제작 기법의 번거로움으로 화가들조차 쉽게 도전하지 않는 기법이다. 까다로운 제작 공정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고도 사실적인 표현과 작가의 독보적인 감성과 절제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는 이두식 교수의 추천사이다.

 

동연은 '영주art 2014' 기획전과 '영주미술작가회 30주년 기념전'을 통해 처음으로 지역에 작품을 선보였다. 나아가 경북미협이 주관했던 영호남 상생전에도 출향작가로 참여했다. 점차 그의 목소리와 시선이 보다 생생하게 잡혀들기 시작했다. 철옥과 나는 지난 시절의 '관계'와 '의미' 따위에 대해 음미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젠 멀리 떨어져 있던 선후배들의 이야기들이 가깝게 들린다. 오늘은 동현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으니 어때? 반 주전자만 더 할까?

 

 

 

                                               Mt.Neve3 194x112cm

 

 

 

                                               Libido IX 162.1x112.1cm   Oil on Linen

 

 

 

                                     Mountain of Silence 162x130cm  2015

 

 

                                   The Wall Ⅰ_ 194x112cm_Acrylic on canvas_2012

 

 

                                  The Wall Ⅱ_ 194x112cm_Acrylic on canvas_2012

 

 

                                 The Wall She’s Gone_ 194x112cm_ Acrylic on Canvas_2012

 

 

 

 

 

                                                              

 

 

 

 

 

 

 

 

 

 

 

 

'arti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주미술기행38 박세상  (0) 2016.03.28
영주미술기행41 강형수  (0) 2016.03.28
영주미술기행47 안시형  (0) 2016.03.20
영주미술기행43 김진하  (0) 2016.03.20
영주미술기행49 윤제갑  (0) 201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