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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술기행47 안시형

즈음 2016. 3. 20. 12:18

영주미술기행47

오 마이 갓! 안시형의 재산목록

 

영주문화예술회관 철쭉갤러리 외벽 앞에 주저앉아 몇 시간이고 작업에 열중하던 시형의 뒷모습이 지금껏 잊어지지 않는다. 시형은 2012년 영주아트파크(영주문화예술회관) 개관 기념전 때 초대작가로 초빙되어 밀양에서 올라오자마자 곧장 설치작업에 매달렸다. 시형의 손길 따라 일상의 소비재인 빨대들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다다익선의 꽃밭! 그 인위의 꽃밭 위로 바람이 살랑살랑 헤집고 지나갔다. 2013년 영주미술작가회에서 주관했던 '인문도시, 미술로 짓다'전 때는 철쭉갤러리 로비 벽면에 모빌작품을 매달아 놓았지만 눈치 채는 이가 드물었다. 나태주의 시 구절, 자세히 보아야 이쁜 꽃처럼 그의 작품 역시 그랬다. 환하게 숨어 있는 이름 모를 들꽃 같았다.

 

시형은 고상한 질료나 전통의 심미관과는 담을 쌓은 것처럼 보인다. 2014, 류병학 독립큐레이터는 시형을 올해의 베스트 한국작가로 선정했다. 살롱 아터테인(salon ARTERTAIN) 개관전에 초대된 시형은 ‘Oh My God!­안시형의 재산목록이라는 이름으로 깨진 돌, 녹슨 못, 구리 뭉치, 진공청소기에서 꺼낸 먼지 덩어리 등 44점을 자신의 재산목록으로 공개했다. 자신이 참여했던, '작업은 미친 짓이다'(2008년 서울의 대안공간 <충정각> 개관전)의 업그래이드 버전 같았다. 흠 없는 영혼이 없는 것처럼, 세상엔 값없는 물상들도 존재하지 않는다안시형의 작업은 원초적 물질성이라는 철학적 동기와 자연을 향한 반성에 기반 한다. 작가의 초기 작업이었던 강돌시리즈를 보면 그 의도는 더욱 분명해진다. 돌을 쪼개고, 다시 붙이는 작업에서부터 깨어져 버려진 돌의 상처를 치유하여 원형의 보전처로 여겨지는 물속으로 되돌려놓은 작업까지. 자연에서 인공, 인공에서 자연으로 교차되는 지점에서 그는 자신의 돌들을 ‘숨 쉬는 돌로 표상했다. 물상과 그 물상이 놓인 공간까지도 작품이라는 점에서 대지미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의 사유는 보다 동양적이다.

  

시형은 2002년부터 영주미술작가회의 일원이 되어 작품을 선보여 왔다. 처음 접했던 그의 작업은 전술했던 강돌시리즈였다. 전시장의 한 모퉁이 바닥과 벽을 동시에 차용하여 물질이 메시지로 치환되는 과정을 기록했다. 흑백사진의 강바닥과 실재의 돌 하나. 깨트려진 돌이 다시 몽돌의 모습으로 되돌려지는 과정을 담은 설치작업이었다. 글쓴이는 그 모퉁이 앞에서 자연(自然)’인위연(人爲然)’의 관계를 읽었다. 영주시민회관에서 개최되었던 중앙고 동문전에서는 어디에서 구했는지 지난 시절의 일상품들을 여과 없이 옮겨다 놓기도 했다. 이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지난 시간들을 무작위로 조합시켜놓은 이미지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메시지를 떠올렸을까. 뒤샹의 레디메이드처럼 읽기에는 발상의 원천이 다르고, 상징부호의 주파수도 틀리다. 뒤샹은 사물에다 자신의 사인을 했지만, 시형은 작품 밖에 멀찍이 떨어져서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철저히 객관화된 작가의 관심에 지극히 주관적인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안시형은 1967년 예천 생으로 영주에서 성장해 중앙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교시절, 글쓴이와는 사교육 공간에서 인연을 맺었다. 그는 고교시절,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었지만 행동은 민첩했다고 기억된다. 1995, 부산 동의대학교 조소과와, 2001년 영남대학교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 첫 개인전은 2000년 부산의 <갤러리 메사>에서 개최했으며 지금까지 네 번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주 활동무대가 된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시형의 작가적 위상은 확고하다. 2003년 경남도립미술관 조각공원조성사업 운영위원장을 맡기도 했으며, 2006년에는 부산비엔날레 조각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동의대에 출강하고 있으며 20165월부터 10월까지 노루웨이 베스트포센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 중에 있다.



 2012년 영주아트파크(영주문화예술회관) 개관 기념전 설치작업




제목-과자/음료, 재료-오브제, 크기-1m내 가변크기, 제작년도-2002~20014



제목-장난감, 재료-오브제, 크기-1M내 가변크기, 제작년도-2002~2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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