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미술기행26
절 수행의 감동을 그림에 담는 화가 이주희
마음 밭은 갈고자 하면 수천 평 수만 평 옥토를 이루지만, 멈추면 한 평 뜨락일 망정 잡초만 무성한 황무지가 되고 만다. 이주희는 마음을 닦는 여러 방법 중에서도 절 수행을 통해 환희심을 얻고, 그 감동을 그림에 담는다. 그 첫 마음, 첫 골을 짓게 한 것이 연꽃이다. 연꽃을 그리면서, 연꽃만 그리면서 그녀의 마음 밭은 한 골, 두 골 부처 밭이 되어갔다. 연꽃은 징검다리처럼 그녀를 이끌었다. 백팔배를 올리기를 백여 회. 마침내 일만 배를 회향하고 청견 스님으로부터 진여란 법명을 받았다. 2001년의 일이다.
2011년 경인미술관에서 개최했던 그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은 필자에게 ‘무심’의 경지를 선사했다. 무심코 그런 느낌에 사로잡혔다. 집에 돌아와 팜플렛을 통해 이전 그림들을 다시 살폈다. 그 ‘무심’이라는 것이 혹시 나의 기분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확실히 다름이 있었다. 무엇보다 연꽃 그림이 달라졌다. 장엄하려했던 욕망의 ‘색’이 바래보였다. 얽혀있던 ‘형’과 ‘태’ 가 서로를 풀어놓고 있었다. 비로소 그녀의 작품전 타이틀이 떠올랐다. '알아차림-Sati'! 그녀는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그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그날 우연한 만남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인사동 거리에서 후배 화가 신현대를 만났고, 미술관 안에서 대학원 수업 차 왔다는 이두식 교수를 만났다. 이두식 교수와 이주희 작가와의 첫 상면도 그날 이루어졌다. ‘우연’이란 것은 ‘나’를 중심으로 삼았기 때문에 생긴 착각이었을지 모른다. 그날 모두는 우연이었겠지만, 그러한 착각이 바로 미망 아니겠는가. 이주희 작가의 그림을 곱씹으면서, 나의 그림은 언제쯤 미망에서 벗어나 ‘연(緣)’의 이치를 깨우치게 될 것인가. 문득 자유로워질 것인가. 그녀는 왜 팜플렛 첫 페이지에다 ‘Sati-여유’라는 그림을 실어놨을까. 이렇듯 나름대로의 자책과 상상을 했던 것은 바로 그녀의 그림이 나에게 ‘말걸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주희는 1978년 영주여고를 졸업하고, 성신여대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동안 7회의 개인전을 서울의 여러 갤러리에서 개최했다. 전공인 전통회화 뿐만 아니라 수채화에도 능력을 발휘해 2008~9년 한국수채화공모전에서 은상과 금상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수채화에 대한 조예는 이미 중학교 시절 그림 솜씨가 뛰어났던 임종대 선배의 화실에서부터 싹텄다. 여고시절에는 동산교회 뒷산에서 혼자 스케치를 하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 동기생인 금동원, 김원부 등과 함께 미술부원으로 활동하며, 영주미술학우회 2기 창립회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영미회는 남·여 고등학생들이 함께 어울렸던 학생단체로 집회·결사가 금지됐던 유신체제 하에서도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갔던, 영주뿐만 아니라 경북권 학생동아리의 선두주자였다. 크리스마스 땐 카드그림을 그려 분수대에서 전시와 판매를 하기도 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현재 송파미술가협회, 강남미술가협회, 한국수채화협회, 여류수채화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영주미술작가회에는 2003년부터 참여해오고 있다.
만다라 91x116.8cm Mixed Media
Nature Image-wave 160x97.5cm Mixed_Media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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