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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술기행21 이두식

즈음 2015. 12. 2. 12:49

 

영주미술기행21

 

삶조차 전설이 된, 한국미술계의 별 이두식 화백(1947~2013)

 

 

고 이두식 화백의 그림엔 기()가 발산된다고 한다. 미국의 한 컬렉터가 그런 경험을 했노라는 말을 작가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작가 스스로도 자신이 지향해온 오방색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여, 맑은 기운을 담기 위해 주로 새벽에 작업을 한다고도 했다. 이러한 오방색을 주조로 수십 년 간 추구해온 잔칫날연작들은 이 화백의 작품 소장자들에게 달마도와 같은 의미를 부가해 놓았다. 1976년 명동화랑에서 생의 기원이라는 주제로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70번이 넘는 전시회를 세계 각처에서 개최해왔던 이화백이다. 작품제작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을 것 같은데 화가, 교수, 미술행정가뿐만 아니라 대학 및 실업배구연맹 이사장 등 외적 활동도 거뜬하게 소화해내던 열정가이기도 했다.

 

이화백은 평소 소묘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으며, 추상화가로 활동하면서도 회화의 골격임을 잊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까지 지속했던 생의 기원시리즈의 골간은 극사실적인 드로잉과 수채라는 매체였다. '생의 기원'시리즈는 추상으로 넘어간 잔칫날연작기 이전을 표상한다. 추상표현인 잔칫날의 바탕 역시 동양사상과 수묵화이며, 특히 서예적 운필을 위해 서양붓보다 동양붓을 선호했다. 이 화백은 먼저 수채화로 추상미술을 노크했던 것으로 보인다. 1984년 한국수채화작가회 창립 때부터 발표해왔던 '생의 기원' 주제가 1988년 제10회전부터는 '잔칫날'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잔칫날' 시리즈에는 수묵화처럼 흑백만을 사용한 패턴도 존재하는데, 이는 선비정신을 표상했던 작가의 또 다른 면모로 볼 수 있다.

 

2013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은 이두식 화백의 정년퇴임을 기념하여 이두식과 표현··추상전을 개최했다. 개막식장에는 스승인 박서보 화백을 비롯,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해 그들 역시 오방색으로 조합되듯 또 하나의 잔칫날오브제를 만들어 냈다. 그 이튿날, 한국 화단의 전설이었던 존재는 소설 같은 팩트를 던져놓은 채 삶조차도 전설을 쓰고 말았다. 밝게 빛나던 별 하나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작가와 맞잡았던 손의 체온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영정사진 앞에 서게 되는, 믿기지 않은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두식 화백은 영주가 낳은 불세출의 화가이다. 어릴 때부터 화가로서의 싹을 틔웠고, 영주중학교 시절에는 오세영 화백을 스승으로 만나 그 재능을 꽃피웠다. 부친 또한 화가 지망생이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꿈이 좌절되자 사진가로 우회, 당시 영주, 예천, 봉화를 통틀어 하나 밖에 없던 영주사진관을 운영하며 아들을 후원했다. 삼촌 역시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이정강이라는 분이다. 이러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이두식 화백 또한 서울예고, 홍익대(1969년 졸업) 및 동대학원(1979년 졸업)이라는 엘리트코스를 거쳐 모교의 교수(학장)까지 거머쥐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이두식 화백의 작품들이 영주 땅에 금의환향했던 때가 몇 차례 있긴 했지만, 유명인으로서 영주와 지속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영주미술작가회의 고문 수락 이후부터라 할 수 있다. 1999년 제20회 회원전인 오늘의 영주미술 전망전때 김호걸, 류윤형, 금동원 등 9명의 출향작가들이 처음으로 초대됐고, 2002, 김호걸 화백과 함께 고문으로 영입됐다. 고인은 퇴임 후 영주에다 미술학교를 개설하는 등 지역미술계를 위한 역할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쓴이를 만날 때마다 지역작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보라는 요청도 심심찮게 했었다. 올백머리에 바바리코트를 입은 멋쟁이 신사가 후배들의 전시장에 찾아와 적지 않은 액수가 든 봉투를 내놓으며 격려해주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2013 퇴임 기념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기획 '이두식과 표현 색 추상 전에  춮품했던 작품.  '잔칫날'  2m x 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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