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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술기행25 신종철

즈음 2015. 12. 31. 11:13

영주미술기행24

 

수퍼그래픽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는 화가 신종철

 

 

신종철은 느낌을 빚는다. 그게 그림이다. 장르에 구애됨이 없이 마음 가는 데로 그린다. '꺾어진 개망초'에서처럼 시 같은 사실화를 그리다가도, '돌아앉은 부처님', '무형'에서처럼 구상(느낌)이나 추상이미지도 마음껏 주무를 줄 안다. 자신을 속박하는 삶 속에서도 마음만은 구애됨이 없이 떠도는 구름 같다. 속박의 삶이라 할지라도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그에게서 본 일이 없다. 신종철은 영주 보름골 출신으로 독자로 태어났다. 영주공고(현 영주제일고)를 나와 1981년 안동대학교 미술학과에 진학했다그 시절 국립의 안동대학교는 집안형편이 어려운 안동 인근 젊은이들에게 가방 끈을 늘일 수 있는 소중한 통로이기도 했다. 고교시절부터 미술부와 영주미술학우회에서 활동하며 재능을 드러냈던 종철 또한 그 루트의 통과자가 됐다.

 

지방대 출신의 미술학도들은 자신의 노선을 확장하거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졸업 후 대다수 상경을 했다. 그의 처지 역시 구름나그네였다. 어떻게든 서울 바닥을 적시는 비()이고 싶었다. 벽화와 무대미술 등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과 맞닥뜨리며 그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서울로 입성한 지 10년만인 1995, KBS 아트비전 작화실 직원으로 입사하여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 ‘태조 왕건’, ‘찬란한 야망’, ‘가요무대등 굵직굵직한 프로그램의 수많은 무대미술에 이름을 올렸다. 2005년 퇴사 후 벽화전문업체인 <일타아트>를 설립하여 잠실 롯데월드, 제주 워터월드, 영주 판타시온 리조트 등지에 아트페인팅 작품을 남겼으며, 방송미술, CF작화, 디오라마, 실내외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현재는 대형외부벽화인 수퍼그래픽에 주력하고 있다.

 

슈퍼그래픽 제작에는 주로 스카이크래인이라는 장비가 이용되지만 장비가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는 로프를 타고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오로지 붓과 로울러로 작업하기 때문에 비나 바람, 추위와 더위에도 작업이 중단되기 일쑤며, 많은 양의 페인트를 조색하여 골고루 도포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건물의 브랜드를 극대화시킴은 물론 도시 환경과의 조화 또한 중요한 일인 만큼, 전체와 세부를 아우를 수 있는 디자인 감각과 작화 능력이 필수적이다. 2006년에 제작했던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수협물류센터 외벽의 4면 슈퍼그래픽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한 면 넓이 45, 높이 40m나 되는 대형 벽면은 표면이 빨래판처럼 골이져 있었지만 너무나 정교하게 표현된 그림으로 인해 그 지역의 명물로 자리매김 됐다.

 

신종철. 그를 추억하는 지난 시절이 낭만으로 읽히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그의 기질 또한 낭만스러웠기 때문이다. 세상이 비수를 들이댈 때에도 느긋하게 우회할 줄 알며, 독백처럼 툭툭 던지는 한 마디 말에도 일리가 묻어나는, 대화에 재미를 얹을 줄 아는 사람. 그게 바로 신종철의 매력이다현재 영주미술작가회와 서울 은평미술협회에 적을 두고 있으며누구한테나 말걸기가 특기인 듯한 그림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을 걸어간다. "()이 없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외형과 색, 냄새마저도 없다는 거다. 그림이란 형식으로 그걸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하다. 그러나 불가한 것이 가능하기도 한데 불불가이거나 가불가이다. 하략..."

 

 

                                                             강서구 외발산동 수협물류센터 외벽 수퍼그래픽 제작 과정

 

 

 

2006년 완성 작품(뒷면)

 

                                                     2015년 기존 그림을 지우고 새로 제작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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