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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술기행24 손일봉

즈음 2015. 12. 22. 16:10

영주미술기행24

 

영주에 서양화를 전파했던, 한국화단의 1세대 손일봉 화백(1907~1985)

 

손일봉 선생은 경주출신으로 근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양화 분야의 거장이다. 선생이 영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54년 영주여고 초대교장(재직 1954~1956)으로 부임하면서부터다. 1956년에 개최했던 개인전은 해방 이후 선생의 첫 개인전이자, 그 장소가 영주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선생을 정점으로 하는 계보의 충실한 계승지이기도 한 영주지만, 선생의 작품전이 이곳에서 개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지역미술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간주된다. 선생은 1946<경주예술학교> 초대교장을 시작으로 25년 동안 경북 일원에서 중·고교 교장으로 재직하며 후학양성과 지역화단 형성에 힘을 보탰다. <경주예술학교> 출신인 박기태, 이수창, 김인수 등은 선생의 제자들로, 졸업 후 안동화단을 일구었던 분들이다. 그 중 박기태 선생은 60년대 초반 영주여고 미술교사로 초빙되어 근무하기도 했다. 당시 영광고에 재학 중이던 류윤형은 선생의 화실에서 가르침을 받았다는 술회를 남겼다.

 

선생은 한국 서양화 도입 초기에 일본유학이라는 엘리트과정을 밟은 전도유망한 작가였다. 이미 선전(鮮展)’에 특선 3, 입선 8회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거뒀으며, 일본 유학 중에도 제전(帝展)’에 특선과 입선을 여러 차례 수상하면서 그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동경미술학교 졸업 후 일본 여성과 결혼, 북해도에서 교직의 길로 안주하고 만 것이 나중에 큰 후회를 낳기도 했다. 해방과 동시에 귀국하였지만, 선전(鮮展)과 제전(帝展) 등에서의 성과들이 오히려 친일적인 것으로 규정되어 한 때 국내화단에서 소외되는 빌미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선생은 정년퇴임 후 1971,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학교) 교수로 초빙되면서 오랜만에 중앙화단으로 복귀했다. 뒤늦게 국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는 등 작가로서의 본능을 단숨에 회복했을 정도로 적응력이 빨랐다. 선생은 화우나 후배들에게 北海道 이후 30년 헛되었던 세월을 어찌 되찾겠느냐고 마음 속 회환을 자주 토로했었다고 한다. 그 말씀은 곧 예술적 자기회복에 대한 의지와 다짐이 얼마나 절실했던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선생은 4년 동안의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대구로 내려가 불꽃같은 창작열을 이어가며 1979한유회를 창립하는 등 대구지역에 구상화단의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후반기 15년의 삶을 통해 자신의 명성을 되찾았던 선생은 1985112978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다음은 이수창 선생께서 제자인 필자에게 손일봉 선생의 영주시절에 대해 들려준 회고담이다. “친구인 박기태와 함께 가끔 스승을 뵙고자 영주에 들리곤 했는데, 하루는 작품을 하러 나가셨다하여 구성공원으로 가보았지. 가학루 밑 바위 위에 쪼그리고 앉아 6호 정도의 작은 화폭에 강의 모습을 담고 계셨는데 많은 색을 쓰지 않고도 드러낼 것은 다 드러내는 그 능력에 감탄을 했어....또 당시 영주여고 창고에 버려지다시피 한 선생의 작품 중에 울릉도 풍경을 그린 것이 있었는데 화면의 4/5는 어두운 바위와 바다로 처리하고, 섬과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배 한 척을 단 한 번의 붓질로 표현한 그림이었지. 그때 그 작품을 챙겨 두지 못한 게 아쉬워. 지금도 남아 있긴 할런지....” 현재 외손 일가가 영주에 살고 있으며, 선생의 소묘집과 수채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첨성대 90.9x65cm  (1991 조선화랑 유작전)

                                                                                          나부 78x100cm   (1991 조선화랑 유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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