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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술기행19 정관훈

즈음 2015. 11. 16. 12:50

영주미술기행19

 

못다핀 꽃, 요절 작가 정관훈(1966~2005)

 

2006년 늦가을, 수채화전시회 때문에 대구에 갔다가 김은, 임부기, 권기철, 김종언, 권대기 등 후배작가들과의 번개미팅을 가졌다. 장소는 청구사거리의 대구막창집. 영주 이야기며, 작업 이야기며, 살아가는 이야기며, 두루두루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미국에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던 정관훈에 대한 추억이 시작됐다. 막창집 주인도 우리들 대화의 일원이 되어 고인과의 인연에 대한 회고담을 풀어놓았다. 그는 한 때 갤러리(인목화랑)를 운영했던 사람으로 고미술이나 골동품 분야에도 손이 닿아있었다. 관훈이 그리고 싶다는 악기들을 모두 구해다주며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이 아까운 화가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은 1994, 윤종대 작가와 2인전을 했던 봉성갤러리였으니, 떠오르는 건 화사했던 청년의 모습일 뿐이다.

 

관훈은 20011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떠나면서 했던 말이 "세계 미술의 중심, 뉴욕에 가서 끝장을 보고 오겠다."였다. 각오만큼 온갖 역경을 감내했다. 작품성을 막 인정받기 시작할 무렵, 한 음주운전자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떠나게 되었다. 200511월19일, 그의 나이 불과 마흔이었다. 대구화단은 비통에 빠졌고, 지역신문은 그의 타계소식을 깊이 있게 다뤘다. 관훈이 대구화단에 각인시켜놓았던 작가혼은 너무나 뼈저렸다. 1,500여점이나 되는 유작들은 요절한 작가가 맞나싶을 정도였다. 화우들은 그를 잊지 못했다. 5주기를 맞은 2010년 겨울, 대구의 갤러리G에다 유작전을 마련했다동원화랑에서는 대구·경북의 작가 71명의 이름으로 추모와 더불어 유족을 돕기 위한 '정관훈과 그의 화우들'(동원화랑)을 개최했. 그들이 기탁한 10호 크기의 그림들은 모두 팔렸고 수익금은 유족에게 전달됐다. 이러한 일은 일찍이 없었던 것으로 관훈은 대구화단에 새로운 이정표 하나를 세우게 했다. 생전에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었다는 작가 김향금은 화가가 화가를 찾아 길을 떠나다라는 책을 상재했다. 그리고 다시, 수성문화재단과 동원화랑 공동기획으로 정관훈 추모 10주기 특별기념전 정관훈의 화혼을 찾아서가 개최됐다. 201510월의 일이다.

 

관훈은 생전 서울과 대구, 미국에서 12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2, 코네티컷주 미술협회 공모전인 올드 그리니치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는 참가자가 900명이나 되었다. 2003년에는 10번째 개인전을 뉴욕의 뉴센추리21 갤러리에서 개최했다. 마침내 2005년, 뉴욕 Roshkowska Galley에서 개최했던 전시회가 작가의 마지막 개인전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2006, ‘마이애미 인터내셔널 아트페어에 프랑스 Athene Galley 선발작가로 초청되었을 때는 미망인이 대신 참가하게 되었다. “고통없이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그릴 때만큼은 신나고 즐겁다. 미친 듯한 열정을 쏟는다. 그리고 그 단맛을 즐기고 싶다.”던 작가는 열정만 각인시켜놓은 채 우리 곁을 떠났던 것이다김향금은 말했다. “정관훈은 하루도 붓을 놓은 적이 없다. 그는 인생의 단 한 시간도 그림을 떠나서는 살 수 없었으며 연애를 할 때도, 친구와 술을 마실 때도 그의 손은 붓을 붙잡고 있었다. 그의 꿈은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고 그의 시작과 끝, 단지 운명이었다.”

 

관훈은 예천 출생으로 영주중학교와 영주고등학교를 나와, 영남대학교(서양화과)와 계명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영주에는 영주미술작가회 15주년 기념전 때 참여작가로 출품한 적이 있다언젠가 영주에서도 그의 유작전이 개최되기를 기대해본다.

 

    바이올린  60.6x91cm  캔버스에 유채  2004

  자화상  50.5x45.5cm  캔버스에 유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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