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영주미술기행10 신춘향

즈음 2015. 11. 3. 18:33

영주미술기행10 신춘향

 

미국에서 활동하는 페이퍼 아티스트(Paper Artist)

 

 

그녀는 글로벌우먼이다. 부군과 예술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은 낯선 미국 땅에서 한국의 문화를 예술이라는 고부가 제품으로, 글로벌문화로 업그래이드 시켜간다. 한국의 문화란 그들이 직접 만든 한지이며, 그 이름은 ‘AAPaper’(Asian- American paper). 부군인 윤정한은 ‘AAPaper’에 대해 한지의 기술과 서양의 종이기술을 혼합한 새로운 종이라고 했다. 이름은 그렇게 해서 탄생됐다. 그들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작품에 사용할 종이를 직접 만들어 썼다. 한지는 한국의 산에서 직접 구한 닥나무와 참나무를 수공으로 가공하고 염색을 해서 만든 것이다. 종이를 공급하기 위해 지인의 작업장이 있는 청도에도 작업실을 두고 있다.

 

신춘향 작품의 키워드는 물성이다. 종이의 섬유질 그 자체의 재질감, 종이와 종이가 덧붙여지거나 잇대어지면서 형성되는 무작위의 무늬들. 천연염색으로 우러낸 색채. 그리고 시선을 압도하는 규모. 거기에다 꽃을 피운다. 치자빛, 홍화빛 꽃잎이다. 아니, 환영이다. 그림은 종이가 그리고, 작가는 종이를 만든다. 오레곤주에서, 텍사스주에서 프로리다주에서 일리노이주에서 화랑들이 찾아왔다. 그렇게 전국 6개 화랑의 전속작가가 됐다. 화랑마다 한 달 기간으로 작품이 걸리고, 고가로 작품이 팔려나갔다. 작가의 작업과정은 애호가들에겐 흥미로운 이벤트다. 신춘향은 1990년부터 28회의 개인전을 한국과 프랑스, 말레이시아, 미국 등에서 개최해 왔으며, 그녀의 예술은 미국 땅에서 만개했다.

 

신춘향은 한때 작가생활을 유예하고 생활에만 전념했던 적이 있다. 부군의 예술을 앞서가게 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을 자청했던 것이다. 대학교에서 학과 선배였던 윤정한을 운명적으로 만났고, 부군의 고향인 밀양에다 보금자리를 꾸렸다. 부군은 미술교사로, 신춘향은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작업을 병행했다. 어느 날, 부군이 교직을 그만두고 작업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렸다. 그녀는 자신이 모든 뒷바라지를 하겠다며 신랑의 뜻을 쿨하게 수용했다. 급기야는 부군의 몫이었던 입시학원까지 도맡으며, 그녀는 자신을 지웠다. 2000년대 중반, 부군은 또 다른 도전을 기획했다.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세계무대에서 그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홀로가 아니라 미국으로 함께 떠나기를 원했다. 이번에도 신춘향은 쿨하게 호응했다. 아예 이민을 결심했다. 부군의 정면 돌파 의지로 7개월 만에 예술가 심사를 통과, 영주권을 획득했다. 그사이 아들도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했다. 그들은 노력했고, 운도 따랐다.

 

신춘향은 안정면 출생으로 1980년 영광여고를 졸업했다. 그 해 계명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하여 서양화를 전공했다. 일찍부터 영주미술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결혼 후에도 부부가 함께 초대되어 영주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1998년에는 일상의 메트릭스라는 주제로 영주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녀의 꽃그림은 벽면에 비스듬히 기대어져 관람객들을 맞았다. 영주시민회관 전시실 천장이 낮아 벌어진 헤프닝이었다. 2001년과 2002년에는 부부전을 개최하며 선녀와 나무꾼전이라 명명했다. 이제 그들은 미국이라는 더 넓은 세계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사랑을 완성했다. ‘예술이라는 공동의 목표뿐만 아니라 또한 둘을 갈라놓지는 못할 것이다.

                                                                       Dak tree Recollection 2011-31, 48x70inches

 

전시 오픈행사 때 작품 demonstration

                                                                       

                                                                                        부군과 미국인 컬렉터와 함께

 

 

'arti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주미술기행12 권무형  (0) 2015.11.03
영주미술기행11 조희섭  (0) 2015.11.03
영주미술기행9 강덕창  (0) 2015.11.03
영주미술기행8 금동원  (0) 2015.11.03
영주미술기행7 양태숙  (0) 201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