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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술기행7 양태숙

즈음 2015. 11. 3. 18:01

영주미술기행7

 

이파리에 꿈을 담는 화가 양태숙

 

그녀가 그린 나뭇잎 속에는, 소통해야 할 세상이 다 들어있다. 현실과 초현실이 동화처럼 공존한다. 그림을 보는 동안, 저절로 화가의 상상 속으로 동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늘 보면서도 보아지지 않았던 세계로의 여행인 것이다. 그 길잡이 색이 연두와 초록이다. 화면 속에 내려앉은 이미지들은 현실이지만, 그 현실은 초현실로 조합되어 있다. 눈으로 낭송하는 시처럼, 꿈을 전달해주는 배달부를 만난 것처럼 잊혀져있던 어떤 부위들이 건들려진다. ‘초현실주의낯설게 하기따위의 현학적인 용어들은 떠올려질 겨를이 없다. 감성의 울림 앞에 이성이 끼어들 틈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는 화가가 체득한 초현실같은 현실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식물이라는 전체상에서 나뭇잎을 조연으로 보았다. 나무와 꽃을 빛나게 하는 건 이파리라는 뜻이다. 그녀의 사색은 그동안 무탈하게 즐겨왔던 시선의 단조로움을 무안하게 만든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뭇잎이 조연이라면, 엑스트라는 나무의 어떤 부위들일까? 인간 세상에는 조연보다 못한 엑스트라들로 가득하지만, 나무는 그 한 몸으로 주연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의 나무는 생각하는 나무. 그녀의 여행은 구름잎 여행이다. 그녀의 그림은 구상이지만, 직유보다는 은유다. 풍경이지만 풍경화가 아니고, 초현실이지만 초현실주의가 아니다. 김종삼 시인의 시 북치는 소년의 첫 구절 내용 없는 아름다움에 닿아있는 것만 같다.

 

화가 역시 출향의 삶이 평탄치만은 않았다. 졸업 후 미술학원 운영과 화가의 길을 병행했지만 어느 쪽이든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 같다. 화가는 둘 중에서 과감히 경제활동을 포기했다. 2000년대 중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양평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비로소 그녀의 시선 가득 이파리들이 줌인되어 들어왔다. 이후 개인전을 열세번이나 열었다. 그녀의 그림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달팽이 뿔위에서 내려오기>(옹기장이 2003) 삽화를 비롯, 국악방송5주년기념음반 카버페인팅(2006), 여러 잡지사의 표지 및 특집화 등을 그리기도 했다.

 

양태숙은 영주여고 출신으로, 1980년 세종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출신작가로서 영주지역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999년 영주미술작가회 15주년 기념전 때다. 그때 초대출품을 계기로 현재까지 영주미술작가회를 통해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녀가 영주여고에 재학했던 70년대 초반은 영주향교의 서편, 한 고옥을 미술실로 쓰면서 화가로의 꿈을 키워나갔던 시기이다. 영주여중 선배로 수도사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영주여고로 갓 부임했던 금명자 선생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함께 그림을 그렸고,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같이 했던 친구 권경자는 2014년 풍기 금계중학교에서 미술교사로 퇴임했다. 80년대 초반까지 구성공원과 더불어 영주여고에서 학생실기대회가 자주 개최되었던 것은 향교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교문으로 이용했던 영귀루는 음악실이었고, 그 아래로 교정을 드나들었다. 그녀의 그리움에까지 동행하는 나를 발견한다.

 

구름나무 60.6x72.7cm  oil on canvas  2015

 

달나무 72.7x90.9cm  oil on canva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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