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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술기행4 이민자

즈음 2015. 11. 3. 17:38

영주미술기행4 이민자

 

전통을 재생하는 가위 작업, 이민자 화백

 

 

이민자 화백은 서울 출신으로 1964년 홍익대를 졸업하고 상지대학에 근무하러 안동에 내려왔다가, 70년대 중반 석계 김태균 선생을 만났다. 결혼 초 셋방살이를 마다않았으며, 서로가 천생연분이었음을 지금껏 증명해 보이고 있다. 안동시절, 동기생인 송기석(안동대학교 교수, 조각), 김수진, 김창홍(MBC 근무) 등과 안동미협 발족을 위한 발기모임에 참여하기도 했다. 1974년의 일이다. 영주로 와서는 경북전문대학 유아교육과에서 오랜 교편을 잡았으며(1984~2006), 서예가인 석계 선생을 보필하며 부부가 함께 창작활동에 매진했다. 영주에 적을 두고 있었으면서도 홍익여성한국화회회장을 역임하는 등 한 동안 지역보다는 서울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톡톡 튀는 서울여자라는 이미지가 보수성 짙은 지역의 정서와 맞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게다.

 

영주에서의 작품 활동은 영주미술작가회2007년 고문으로 모시면서 시작되었다. 소탈한 성격에 달변가인 이민자 화백은 금세 젊은 작가들과 친해지며 소통하기 시작했다. 아이사랑이 특별나, 2009, 25주년을 맞은 영주미술작가회행사 때 색채야 놀자이벤트를 직접 기획하고 주관하여 지역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민자 화백의 작업 키워드는 가위로 쓰는 한글이다. 한글을 조형화하는 작업의 주된 도구가 붓이 아니라 가위라는 의미다. 붓에서 가위로 가게 된 계기는 종이 바수기 기법인 설위설경(設位設經)을 알게 됨으로써 오리기기법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오려야 할 대상으로는 한글 자모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어 지금까지 가위로 쓰는 한글작업을 해오고 있다. 설위설경이란 무속에서 발달시킨 우리나라 고유문화의 하나로 불과 한 세대 만에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한다. 종이 오리기가 설경이라는 민속신앙에서 특히 발달했지만, 그 자체는 귀중한 우리의 전통 문화였던 것이다. 이민자 화백의 경우엔 무속적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 전통 문화로서 종이 오리기에 접근한다. 여기에다 천연염색 공정을 더해 최종적인 작품을 탄생시킨다. 이를 위해 직접 텃밭에 쪽을 심어 염료를 추출하며 그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조형적으로는 전통적인 그리기에서 벗어난 오리기라는 수법을 쓰면서, 방법적으로는 전통적인 천연염색에 천착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민자 화백의 작품에 대해 미술평론가 서성록씨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전통적인 그리기에서 벗어나 오리기라는 수법을 통해 한글의 자모를 화면에 재구성하는데 형태만 놓고 본다면 그것이 한글인지 추상인지 식별하기 어렵다. 그가 특별히 한글을 택한 것은 모국어에 대한 애착심도 작용했지만 특별히 그것의 조형성, 말하자면 네모, 세모, 동그라미, 수평과 수직 등 갖가지 조형요소들을 모두 갖춘 특별한문자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작가는 종이를 오리고 뜯고 붙이고 덧대어 모양을 만들면서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붓이 아닌 가위질에 의해 탄생하는 그의 작품은 어릴 적의 색종이 접기처럼 마냥 즐겁고 유쾌한 기분을 선사한다.”

 

소통의 숲  92x160cm  장지 식물염료 한지  황토  가위  2012

아우성 1.2  75x90cm 한지 순지 쪽염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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