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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술기행2 화동 전성진

즈음 2015. 11. 3. 11:42

영주미술기행’2

 

불장난하는 늙은 아이, 화동 전성진

 

 

영주미술기행 두 번째 탐방객은 화동(火童) 전성진 형이다. 언젠가 문득, 화동 형의 그림을 보다가 재료나 소재나 모두 물 덤벙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불장난하는 아이라는 호가 새삼스레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불장난을 멈추지 않으면서 스스로 소방한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배어나올 밖에.

    

형은 의성 출신으로 영남대학교를 나와 1979년 정일(정주호) 선생의 후임으로 영주중앙고에 부임, 영주와 인연을 맺었다. 지금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져버린 학교지만2000년 명예 퇴직할 때까지 20년을 근무했다. 교직에 몸담고 있을 적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미친개로 불렸다. 그 개 짖던 소리(?)조차 낭만으로, 추억으로 간직하는 게 제자들의 속성인 모양이다. 미술부원이었던 후학들은 여전히 멍멍왈왈카페를 운영하는가 하면, 중앙고와 스승을 한 이미지로 묶어 사제동행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Foget me not!' 중앙고 동문전도 몇 차례 개최되었고, 2015년 6월에는 사제 간의 돈독한 정을 확인하는 멍멍왈왈전을 새롭게 선보였다. 시민회관 전시실의 절반을 둘러친 풍죽수묵그림은 작가로서, 제자들에게 화답했던 스승의 몸짓이었다

 

 화동 형은 지역화단의 여명기에 한국화라는 장르를 불붙게 한 사람이다. 1985년, 형을 중심으로 소백한화회가 창립되었다. 그동안 서양화 중심이었던 지역미술계가 역전된 듯한  분위기를 느낄 정도로 파급력이 컷다. 특히 형의 기행에 가까운 언행과 거리낌 없는 작가적 기질은 조용하기만 하던 지역 미술계에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형은 그림을 통해 세속과 결별코자 하는 속마음을 내비치기도 하고, 은일자에 대한 동경을 담아내기도 한다. 근래엔 자신의 은거지로 벌거벗은 여인네를 끌고 들어와 질펀한 풍류 타령을 풀어내기도 했다. 작가가 그림과 일체가 되고, 작가의 그림을 통해 작가의 은신처를 예감하게 되는 그 멋과 맛을 형에게서 느낀다. 이럴 땐, 물 덤벙 같은 막걸리가 제격이질 않겠는가. 형과 대작을 해도 좋고, 그런 생각만으로 술잔을 든대도 아쉬울 건 없겠다. 무섬마을 건너편 내성천이 내려다보이는 고소에 환하게 숨어있는 화동 형의 작업실. 영락없는 한 마리 뻐꾸기 둥지다

 

삼십년 세월, 함께 지내온 시간이 징그럽다는 소설가 최대봉 형. 2012년 영주문화원 초대전 에서 화동 형의 그림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속삭이지만 그 비밀을 털어놓지는 않는다. 화동 전성진의 그림도 그렇다. 그의 그림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그냥 그의 그림 속의 푸른 소나무 아래에나 일엽편주 떠가는 강가나 그의 붓끝에서 떨어져 내리는 폭포수 옆으로 들어가 그림처럼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이 가을 그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소슬한 먹빛에 취하는 일, 어찌 쾌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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