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임’의 예술, 수채화가 조광래 1 그림은 그리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흉중의 것을 끄집어내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려고 하는 것은 의지의 차원이고, 끄집어낸다는 것은 실천의 영역이다. 의지는 미완의 그릇에 불과하지만, 실천은 그릇을 완성시킨다.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조광래는 지붕과 벽체가 없는 화실에서 풍경화를 그렸고, 갇힌 곳에서는 소묘나 정물화를 그렸다. 그린다는 행위의 쉼 없는 반복은 손의 기억을 독려하는 일이다. 수천점이 넘는 그의 그림들은 손이 기억해 낸 결론들이다. 보이는 실경은, ‘보는 진실’ 때문에 그려진다. 화가는 그림이 될 것 같지 않는 일각에서 구도를 본다. 이인성의 계산성당 같은 그림이 바로 그런 그림이다. 조광래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풍경화들도 그렇게 그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