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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술기행55 김상택

즈음 2016. 8. 11. 14:13

영주미술기행55

 

한 시절을 풍미했던 시사만화계의 아이콘 김상택(金相澤 1954~2009)

 

 

김상택 만화가가 경향신문에 입사했을 때, 고참이자 고등학교 선배였던 김판국 화백은 오랫동안 동향의 후배인 줄을 몰랐다고 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고, 경향신문의 만화는 영주사람들이 다 그린다라는 말이 떠돌았다고 했다. 그만큼 김상택은 말수가 적었고,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김판국 화백은 경향시절의 김상택에 대해 시사적인 분석력과 예리한 감각이 돋보였던 작가로 일찍 유명을 달리 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김상택은 봉화출신으로 <영주중학교><영광고>를 졸업(1973)하고, ‘77<상지전문대학> 응용미술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충무로 영화계에서 조연출로 생계를 잇다 ’83년부터 <경향신문>에 도안을 담당하게 되면서 전직하게 되었다. ‘883<경향신문>에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노보에 만평을 그렸다만평이 호평을 받으면서 ’884월부터 <경향신문> 스포츠란에 정동 스포츠만평을 게재하게 되었다. 동년 1128일부터는 본지 3면에 <김상택 만평>이 고정됨으로써 시사만화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그의 등단은 한겨례신문의 박재동 기자와 함께 시사만화계의 양대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했다. ‘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사만화가들의 인기는 상종가를 치며 언론의 첨병 역을 떠안았다. <한겨레신문>은 싫어도 박재동의 그림판 때문에 신문을 사본다는 말이 떠돌았듯이, 김상택 만평 역시 그와 다를 바 없는 인기를 누렸다.

 

김상택의 배짱과 화풍은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의 만평엔 성역이 없었으며, 신문사에서도 외압으로부터 그를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그의 화풍은 가는 펜을 이용한, 극화 형식의 독특한 그림체로 시사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98년 경향을 떠나려고 했을 때 직원들이 연대 서명까지 하며 퇴사를 만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가 <중앙일보>로 옮겨간 이후, 그에 대한 평가는 동전의 양면처럼 뒤바뀌었다. 주요 일간지들의 스카우트 표적이 되어있던 김상택이었기로, 보수언론인 <중앙일보> 행이 많은 이들에게 당혹감과 멸시감을 교차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당시 <경향신문><한화그룹>으로부터 탈피, 국내에서 첫 사원주주회사로 새롭게 출범하던 해였으며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던 시기였다. <중앙일보> 역시 삼성으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때였다. 그러나, 김상택의 만평은 무뎌진 예리함뿐만 아니라, 오보사태로까지 번졌다. 이에 대해 혹자들은 신문사의 성향과 작가의 매너리즘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상택은 경향에서 퇴사한 후 1년간 은둔생활을 했다. 그의 성격 상, 곧바로 타사 행을 결행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99년 중앙일보로 소속을 옮긴 뒤, 이적비에 대한 세무신고 불이행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은 김상택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권영섭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이 그에게 고바우만화상수상자 결정을 알렸을 때 상을 거부했을 정도로 공개적인 자리에 나타나는 것조차 꺼려했다고 한다. 권화백 역시 동향의 후배라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았다고 했다. 2007년 위암 수술로 인해 만평 연재를 약 1년 동안 중단했다가 2008년 다시 재개했으나 건강이 악화되자 결국 사퇴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성품은 사표를 낼 적에도 자신의 병세를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95년 한국언론학회 언론상, ‘96년 관훈언론상, 2001년 서울언론인클럽 언론상 등을 받았으며, 작품집으로 [김상택 만화세상], [10센티 정치] 등을 남겼다.

 

여전히, 김상택에 대한 긍정적 신뢰를 보내고 있는 손문상 프레시안 편집위원의 추모기고문의 일부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름한다. “......김상택이 가장 밉게 그리는 사람은 김종필이었다. 김상택이 경향신문에 연재한 자신의 만화를 책으로 펴내자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다투어 축하화환을 보냈다. 기자들이 김종필에게 김상택의 시사만화를 보면 기분 나쁘지 않느냐?’고 묻자 김종필이 만화를 감정을 갖고 보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중앙 2005.7.9 김상택 만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