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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술기행16 이상열

즈음 2015. 11. 6. 15:54

영주미술기행16

 

화중유시(畵中有詩), 시중유화(詩中有畵)의 화가 이상열

 

이상열은 을 저장하는 화가다. 길은 여행일수도, 자신의 마음일수도 있다. 그 길을 고이게 만든 곳이 인도의 라다크(Ladakh). 서편 히말라야의 샹그릴라였던 라다크에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오래된 미래를 목도했다. 2010년부터 여름마다 라다크에 머물며, 이상열은 무엇을 보고, 또 찾으려고 했을까. ‘고갯길의 땅이라는 의미를 가진 라다크에서 그의 길 역시 가팔랐을 것이다. ‘오래된 미래라는 화두 속 라다크는 여전히 문명세계와는 동떨어진 오지였으며, 이방인에게는 고개길을 넘는 고통을 부과했다. 하지만 작가는 그곳에서 진정한 자연의 색과 그 색을 입은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았다. 2012, 귀국하자마자 그는 서울에서 <랄랄라 라다크>(15회 개인전, 류가헌)을 개최했다.

 

작가는 말했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고, 심지어 즐겁게 살고 있었다. 꽃들은 더욱 붉게 피어있었고 새들은 더 높게 날아올랐다... 변방은 결국 내가 만든 편협한 황무지였다.” 자유분방한 성격에다, 풍류를 즐길 줄 아는 그였지만 그에게도 양지보다 음지의 면적이 더 넓었던 것은 아닐까. 문인화라는 장르에 대한 현대적 의미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 헤매고 있던 것까지. 작가는 어느 신문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조형이라는 큰 그릇에 시(), (), ()라는 재료와 현대적 미감이라는 조미료를 가미해 맛있는 밥상을 차리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개인사()든 화사()든 모든 것들이 길 위에 있었고, 그 길 끝에 라다크가 보였다. 가쁜 숨쉬기에도 비로소 그는 유쾌해질 수 있었다. 시리도록 새파란 하늘빛과 더 붉은 꽃들과 노란색 절벽길과 담장 뒤에 숨어있는 당나귀와 줄레라고 인사하는 사람들을 보며 진정한 자유를 느꼈던 것이다

 

이상열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울산에 정착, 2000년에 <군자사계>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스무 번이 넘는 개인전을 울산과 서울 등지에서 개최해 왔다. 시서화 삼절의 육화를 솔선하듯, 2005년에는 월간 "문학저널"을 통해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문인화를 제대로 그리기 위해 시를 공부했다고 하는 작가는 2008년에는 시집 <손톱이 아프다>를 상재했다. 작가는 자신의 은거지를 필우재(筆雨齋)’라 부른다. 어렵던 시절, 가건물이었던 작업실 지붕 위로 토닥이던 빗방울소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이상열은 1964년 봉화 출생으로 영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영주미술작가회를 통해 영주에도 틈틈이 작품을 선보이며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작업과 관련한 작가의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오늘도 그는/ 어김없이 좁은 화실 문을 열고 그림을 그린다네/ 그가 진득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네/ 우공이 산을 옮기듯/ , , , , 적당히 물기를 맞추고/ 필선의 강약에 온몸의 기를 모아/ 그림을 그린다네/ 더러는 허망하게 힘만 쓰기도 하고/ 과욕에 먹물이 튀어 심사가 틀릴 때도 있지만/ 예의 그 일에 열중이라네/ 그도 처음에는 손으로 그렸다네/ 택도 없는 싸구려 물감을 섞어/ 구린내를 풍겼다네/ 가슴으로 그렸다고 사기를 쳤다네/ 한 길 사람 속은 벼루못보다 얕다네/ ,/ , /,/ 그림이 쌓여가는 동안 깨달았네/ 학문으로 그리는 무욕의 화론을/ 시간이 만드는 무위의 화법을/ 오늘도 그는/ 화실 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세상만사를 그린다네/ , 주어 그린다네 -적묵법(積墨法). ‘손톱이 아프다수록 시.

 

근묵표연(謹墨飄然)1. 2014. 한지에 수묵담채, 70×45cm

근묵표연(謹墨飄然)2. 2014. 한지에 수묵담채, 70×4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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