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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술기행17 권기수

즈음 2015. 11. 6. 15:11

영주미술기행 17

 

'동구리' 메이커,  'CEO화가' 권기수

 

 

"영주아트2014 행사에 초대하고 싶네. 출품작은 20~30호 크기로 1점일세." "제일 작은 그림이 50혼데요." "그럼 50호를 내시게나." 이게 작가와 처음 가져본 대화였다. 상견을 했던 것은 서울, 이두식 교수의 장례식장에서였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스치듯 인사를 나누었을 따름이다. 마른 체격에 키가 크고 인상이 순해보였다.

 

 

권기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블루칩작가다. 그의 작품이 세인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현란한 색채와 이미지 속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 '동구리'라는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동구리'는 회화라는 공간에 어울릴 것 같지 않는생뚱맞은 기호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구리'는 완벽하게 작가의 아바타가 되어 화면을 이끌고 있다. 작가는 2001, 처음으로 얼굴을 단순화시킨 수묵드로잉 '웃는 사람'을 발표했고, 정형화 과정을 거쳐 그 이듬해 정식으로 '동구리'를 탄생시켰다2002, 월전미술관 별관 '콩두'와 갤러리 '피쉬'에서 '동구리'라는 이름을 사용한 '! 꽃이다'전을 연속으로 개최했다. '동구리'의 탄생설화는 말하자면, '우연'이었다. 수묵의 인물형상을 깔끔하게 컷팅해내는 작업 속에서 우연히 '동구리'를 발견했고 편의상 그렇게 부르다가, 정체성이 내포된 필연적 명칭임을 깨닫게 되는 줄거리를 펼쳐놓는다. 스스로가 밝혔듯이 로커의 꿈을 꾸었을 정도로 락음악에 대한 조예도 깊다. 컴퓨터 매체와 디자인 분야에서의 경험 뿐만 아니라 수묵의 현대성을 전위적으로 체화시키는 기질도 보유했다. 그가 '동구리'를 통해 보여주는 애니메이션과 그라피티(낙서) 퍼포먼스, 설치, 조각 등 모든 분야가 권기수의 예술광장을 확장해가는 품목들이다. 

 

수묵으로 실물크기의 인물을 그리고, 그것을 컷팅하여 설치하는 작업 또한 권기수 예술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방점이다. 1998년 첫 개인전인 'The Show 1998'전은 파격적인 디스플레이로 주목을 받은 전시였다. IMF 금융위기 이후 지친 현대인들의 등신상을 실루엣을 강조하여 그리고 오려낸 뒤 전시장 벽과 바닥, 허공, 복도, 계단 등에다가 테이프로 부착했던 것. 이렇게 그리고, 오리고, 붙이는 권기수 식의 방법론이 후일 '동구리'를 탄생시킨 기술적 동인이 되었던 것이 어찌 '우연'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웃는 모습을 하고 있는 '동구리'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동구리는 웃어야 되는,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의 현대인이다. 그리고 나의 초상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은 팝아트가 상종가를 치던 시기에 맞물려 각광받았다.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팝아트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작가의 생각은 달랐다. 동양적 소재와 개념으로 팝아트를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소재에 대해서도 전통의 것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조립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권기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도 'CEO화가'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작업실을 공장시스템으로 운영하며 많을 때는 10여명의 후배작가들이 직원으로 일했다. 그의 작품은 100호 크기가 2,400~2,8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화가인 셈이다. 권기수는 1972년 영주 생이다. 대영중고등학교 시절 김종한, 이동곤 선생의 지도를 받았다. 과학자가 꿈이기도 했던 그가 동양화를 전공하게 된 계기는 제자의 능력을 알아본 이동곤 선생의 세심한 배려때문이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 진학했고 동대학원을 나왔다. 성공한 작가로서 영주에 작품을 선보였던 것은 '영주아트2014' 를 통해서였다. 마른 체격에 키가 크고 인상이 다부져보였다. 다시 작가를 떠올려 본 느낌이다.

 

 

Colorfall  162.1x130.3cm acrylic on canvas on board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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