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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미술기행14 신현대

즈음 2015. 11. 4. 19:04

영주미술기행14

 

구도(求道)의 화가 신현대

 

작가에게 물었다. 왜 창공에다 바다거북을 풀어놓았는가. 2006년부터 3년 동안 방글라데시와 아프리카, 인도를 여행하면서 자신이 갈망했던 것이 바로 자유였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방글라데시와 아프리카에서는 마음의 자유를 누렸지만, 인도에 와서는 인구과밀에 따른 피곤함을,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의 구속감이 밀려들었다고 했다. 방글라데시와 아프리카에서 누린 마음의 자유, 그 여정을 이어가기 위해 2009년부터 화면 위에 자유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 일은 즐거운 여행이자 일상에서 노닐다였다. 그와 동시에 명상을 통해 욕심을 지워나갔다. 마음의 굴레를 벗고, 관념을 제거하는 데에 명상만한 것이 있을까. 주변의 화가들이 박카스의 후예를 자처할 동안에도, 신현대는 어둠 속에서 달마의 그림자를 더듬거렸던 것이다. 작가는 그때로부터 지금까지의 시기를 굴레로부터 해방이라고 묘사했다.

 

신현대는 먹()보다는 채색(彩色)에 이끌린 작가다. 채색화의 전통을 복원하는 것은 물론, 현대적 미의식으로 확장시켜나가는 작업이야말로 본인의 성향에 부합된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1975년 창립된 춘추회의 맴버가 되어 열심히 활동했고, 그 공로로 2005년 제3춘추미술상을 수상했다. 그의 뚝심 있는 작가기질은 두메산골 출신이라는 순진성으로부터 나왔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1997, 애경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 그는 먼저 자신의 고향마을을 서울 한복판으로 불러올렸다. 한지 위에 섬세한 채색을 차려입은 고향마을은 한복을 입었으되, 양복 같기도 한 옷차림이었다. ·서양을 분별치 않으려는, ‘회화라는 의상을 의도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서 회화란, 전통의 방법을 현대화하여 새로운 미감을 찾는 데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재료나 기법 면에서는 개방형이나, 묘사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리만치 장인적 기질을 발휘한다. 한지에다 아크릴물감을 조합하고, 나무, 스테인레스와 같은 이질적인 재료를 바탕으로 삼기도 하며, 솟대와 같은 입체오브제나 비정형의 화면을 배합시키기도 하지만,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언제나 사실적 형상이다. 이렇듯 작업 과정에 다양한 실험을 지속, 가능케 하는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론에 대한 학구열이다. 그는 홍익대 석사과정을 마친 뒤, 미술학박사까지 취득했다. 해외 유학을 결심하고 준비했으나, 거기까지는 현실이 허락하지 않았다. 좌절감은 헛된 욕망이었을 뿐, 회화의 길은 어디에서든 열려있는 마음의 여정임을 깨달았다. 현재까지 개인전을 16회나 개최해오면서 작가는 스스로 굴레에서 해방되는 길을 찾았던 것이다.

 

작가는 1961년 봉화의 오지마을 수식에서 태어났다. 다소 늦은 영광고 2학년 때 미술부를 노크했다. 당시 1년 선배로 미술부장을 하던 글쓴이를 자신의 자취방으로 초빙(?)하여, 밤새 그림에 대해 묻곤 하며 피곤케 만들던 그다. 재수를 감수하면서까지 홍익대학교를 목표했고, 그 뜻을 이뤘다. 그리고 지금, 그가 걷고 있는 회화의 길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영주미술작가회를 통해 지역과 소통해오던 작가는 2015, 선영여고에 부임했다. 경북지역에서 유일하게 지정된 미술중점학교의 시스템을 작동시킬 적임자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교육분야에서도 다양하고도 오랜 경험을 쌓아 왔으니, 미래의 아티스트들에게는 행운임이 분명하다.

 

즐거운 여행-거북의 여행기 90.9×60.6한지에 Acrylic 2010

 

석상에게 길을 묻다 91×65.2한지에 Acrylic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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